“ChatGPT가 써준 글, 이거 그냥 복붙해도 될까?”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질문이 익숙해졌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누구나 쉽게 AI의 도움을 받아 글을 쓸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의 편리함 이면에는 창작의 정의와 윤리를 다시 묻는 복잡한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글을 ‘쓰는 행위’ 자체보다 ‘생산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그것을 창작이라 부를지, 표절이라 비판할지를 판단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글은 과연 누구의 것일까요?
단순히 사용자가 지시했기 때문에 그 결과물이 사용자에게 귀속될까요, 아니면 AI에게 일정한 권리가 있을까요?
이 물음은 단순한 법적 소유권의 문제를 넘어, ‘창의성’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AI 글쓰기, 어디까지 창작이고 어디부터 표절인가?
AI가 생성하는 텍스트는 수많은 기존 자료를 기반으로 훈련된 결과입니다. 즉, AI는 과거에 인간이 만든 수많은 문장을 학습하고, 그 패턴을 바탕으로 새 글을 만들어냅니다. 이때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 직접적 표절 vs 간접적 재구성
AI가 특정 문장을 거의 그대로 복제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유명 시인의 문장을 거의 동일하게 생성하거나, 특정 웹사이트에 있는 문장을 재사용할 때가 있죠. 이는 직접 표절의 문제로, 명백한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습니다.
반면, 기존 콘텐츠를 조합하여 새로운 표현으로 만들어낼 경우는 ‘간접적 재구성’에 가깝습니다. 이때는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집니다. - AI는 저작자가 될 수 있는가?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AI는 ‘법적 인격체’가 아니기 때문에, AI가 만든 창작물은 AI 자체가 저작권을 갖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는 AI를 활용한 사람, 즉 프롬프트를 작성한 사용자가 저작권자로 간주됩니다. 하지만 이때도 문제가 발생하죠.
단순히 “3살 아이에게 들려줄 수 있는 짧은 이야기 써줘”라고 요청한 결과물을 내 창작물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은 단순한 기술적 판단을 넘어, 인간의 창작 과정에서 어느 지점까지를 ‘창작의 행위’로 인정할 수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문제로 이어집니다.
윤리적 사용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이유
생성형 AI는 빠르고 편리하며, 누구나 전문가처럼 글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글을 잘 썼다’는 칭찬을 받을 때, 그 공을 AI에게 돌릴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 AI가 만든 결과물 위에 우리의 이름을 적어도 되는지 묻고 있는 셈입니다.
- 표기와 투명성의 문제
AI로 만든 글을 블로그나 책에 게재할 경우, AI 사용 여부를 명시해야 할까?
일부 학술기관이나 대학교는 AI 사용을 명시하도록 권장하거나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위 논문이나 과제에서는 AI 사용이 표절로 간주될 수 있으며, 징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의도적 오용과 부정행위
AI의 능력을 이용해, 타인의 글을 그대로 AI에 넣고 스타일만 바꿔 재출하는 방식의 ‘창작’도 존재합니다. 이는 명백한 도용이며, 기술을 가장한 부정행위입니다.
윤리적 글쓰기란 단순히 ‘다르게 쓰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출처를 밝히고, 자신의 창의적 의도를 담는 것을 의미합니다. - AI 시대의 글쓰기 교육
학생이나 일반인들이 AI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시대라면, 이제는 금지보다 올바른 사용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AI를 아이디어 정리에만 쓰고, 실제 문장은 직접 쓰는 훈련.
AI가 제공한 내용에 대해 출처를 명시하는 습관.
이처럼 윤리적 글쓰기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마치며
AI 글쓰기는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이미 우리의 삶과 교육, 창작 과정 곳곳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될까 말까’의 논쟁이 아니라, 어떻게 공정하고 책임감 있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입니다.
생성형 AI는 훌륭한 도구이자 강력한 파트너입니다. 하지만 그 창작물 위에 이름을 새기기 위해서는 윤리라는 기준의 잣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가 AI와 함께 쓰는 글이, 더 나은 사회적 가치를 담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